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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논쟁-이진우 대 임일섭 (5-3편)

  • 페북세상
  • 2022-03-29 08:39
  • (코리아모니터 김수헌 기자)
임일섭(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장)

3월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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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공급보다는 과도한 규제에 치중했고 그것이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급증대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특히 DSR로 대표되는 대출규제도 완화해야 하며, 이는 단지 규제비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리금의 분할상환 의무화 폐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진우 기자님의 포스팅을 읽었다.

소감을 말하자면, 이는 대출규제의 본래 취지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개선, 보완되어 온 가계부채 관리 프레임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도 놀랍다.

주택관련 대출을 왜 규제해야 할까? 각자 알아서 갚게 하고, 알아서 빌려주게 하면 경제주체들은 나름대로 리스크를 감안해서 행동할 것이고 그에 따른 주택가격의 변동은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을 통해 수급 조절과 균형으로 이어질 것인데, 도대체 왜 대출규제가 필요한가?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과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자산가격의 변동은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반복하며, 이 진폭을 확대시키는 것은 금융의 역할이다.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만연할 때—그것이 실제의 공급부족에 기반하든, 아니면 투기적인 충동에 기반하든 간에—그러한 기대가 완화적인 금융여건과 결합하는 경우 자산가격의 오버슈팅과 버블로 이어질 수 있음은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에서 확인된다.

그래서 적절한 금융규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이로 인한 자산가격의 급등락은 금융위기의 씨앗을 제공하기도 한다. (투박한 언어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이른바 “금부분리”론에는 합리적 핵심이 있다. 금융과 부동산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둘이 너무 친해지면 안좋은 일이 생긴다. 문제는 적절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에 있다. 게다가 이 금융을 막으면 “혁신”을 명분으로 규제의 빈틈을 활용하려는 저 금융이 나타나고, 다시 또 규제가 생기고… 이것이 금융의 역사이기도 하다.)

DSR 규제의 문제는 규제비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금상환을 강제하는 데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위험하다. (사실은 규제비율의 문제이기도 하다. 원금 분할상환을 강제하면서 규제비율을 40%로 하는 것과, 원금 분할상환을 강제하지 않고 규제비율을 5%로 하는 것은 아마도 유사한 효과를 낳을 것이다. 암튼..)

이진우 기자님이 예로 든 사례에서, 원금상환을 의무화하는 DSR 규제가 없으면 예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년에 생활비를 위한 추가 대출이 필요없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처럼 금융제약이 크게 완화되면, 추가로 대출을 받아서 집을 한채 더 살 수도 있고, 두채 세채를 더 살 수도 있으며 이러한 부채기반 수요 덕분에 집값은 오버슈팅을 보일 수 있다. DSR을 비롯한 금융규제의 목적은 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집값 상승의 귀결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일면적이다. 집값이 올라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서 집값이 오르기도 한다.(후자를 주장하는 것이 전자를 외면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기 바란다.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양자는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집값과 가계부채의 관계를 체온과 체온계의 관계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이다.

레버리징과 대출 확대는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호경기를 이끌고, 디레버리징 또는 대출규제 강화는 수요 억제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경기위축 요인이다. 그래서 이렇게만 보면 레버리징은 당장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디레버리징은 경기둔화와 소득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수요 둔화는 디레버리징 정책의 부작용이 아니라 목적이다. 사람들이 너무 위축되어 있으면 빚 좀 내라고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열기가 넘쳐나면 자제하라고 권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모든 게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징을 유도함으로써 수요증대를 꾀하는 것, 이를 부채주도 성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같다.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DSR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이런 방향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못사는 것은 저소득층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저소득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싶으면 살(buy)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다만 집은 필수재이니, 당장은 내집을 사지 못하더라도 형편이 좋아지기 전까지 거주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모든 금융위기는 빚을 못갚아서 생긴다. 각자 알아서 빚내고 알아서 갚으라는 정책이 잘 작동한다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이유도 없다. 각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오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 지난 금융위기의 상흔을 모두가 잊어버릴 때 즈음, 새로운 금융위기의 씨앗이 배태될 가능성이 크다고들 한다.

소위 NINJA (no income, no job or asset)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질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벌써부터 이런 주장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놀랍다. 현재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너무나도 커서 생긴 반작용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반작용일 뿐이며, 그대로 실현되면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ps. 이진우 기자님의 사례에서, 원금상환을 의무화하면 평생 빚갚느라 예금을 못하기 때문에 결국 노년에 다시 대출받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래서 주택연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일하고 돈모아서 집한채 장만하는데, 그 집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별도의 재원으로 노년을 보내려고 하니 어려워지는 것이다. 평생 돈모아 장만한 주택을 연금화하여 조금씩 꺼내쓰면서 노년을 보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