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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계열사는 돈 좀 벌면 뒷바라지 운명?

  • Issue Commentary
  • 2022-06-02 17:46
  • (코리아모니터 김수헌 기자)

팬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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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은 건실한 상장기업이었던 NS쇼핑을 '현금인출기'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룹 사업에 자금을 대느라 NS쇼핑의 실적은 해마다 악화하고 기업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했습니다. 언론매체들은 계열사 뒷바라지에 회사 등골이 빠진다고 표현하였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NS쇼핑 일반 주주들의 이익은 오랫동안 침해당했습니다.

하림지주는 올해 NS쇼핑과 주식 포괄적 교환을 단행하여 이 회사를 100% 자회사이자 비상장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반주주들은 NS쇼핑 주식을 내놓고 하림지주 주식을 받았습니다. 그룹의 자금줄 노릇을 하느라 떨어질대로 떨어진 기업가치에 근거하여 교환비율이 정해졌으니 일반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 것입니다.

하림그룹이 이번에는 상장기업 팬오션을 돈줄로 활용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일반주주들 간에도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팬오션은 하림지주 자회사인 하림USA 지원에 동원되었다가 투자손실을 크게 입었습니다. 해운업 영업실적이 아주 좋아 투자손실이 두드러지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팬오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음에도 주식시장에서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계열사 뒷바라지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NS쇼핑같은 전과가 있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팬오션도 서서히 NS쇼핑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1.
현재로선 팬오션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볼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21년 1월 하림USA 유상증자에 참여해 308억원(지분율 22.4%)을 출자하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하림USA는 지난 '11년 미국 대형 닭고기 전문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인수하는 등 미국 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적자를 크게 냈습니다. 지난해 3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의 적자누적으로 자본완전잠식에 빠졌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팬오션 '21년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확인됩니다. 팬오션은 하림USA 투자지분을 관계기업투자주식(취득시점 장부가액 308억원)으로 분류하여 지분법 회계를 적용합니다. 하림USA가 당기순손실을 크게 내면서 팬오션은 '21년에 114억원의 지분법손실과 37억원의 지분법주식손상을 반영합니다.

팬오션 '21년 연결재무제표 '관계기업투자주식' 주석​ (단위 백만원)

회사명
기초
취득
배당
지분법손익
손상차손
지분법
자본변동

기타증감
기말
Harim USA
-
30,808
-
(11,450)
(3,710)
-
1,837
17,485

2.
올해 1분기에는 하림USA의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 같습니다, 팬오션은 지분법 이익으로 19억원을 반영하였습니다. '21년말 175억원까지 떨어졌던 하림USA 투자지분 장부가액은 올해 1분기 198억원으로 소폭 회복되었습니다.

팬오션 '22년 1분기 연결재무제표 '관계기업투자주식' 주석​ (단위 백만원)

회사명
기초
지분법손익
지분법
자본변동

기타
분기말
Harim USA
17,485
1,933
-
383
19,801


팬오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4409억원, 영업이익 1691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246% 증가한 수치입니다. 뚜렷한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5월 중순 이후 8000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6월초 다시 7000원대 중반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일부 매체는 "팬오션이 최근 하림그룹 미국법인 자금지원에 동원되면서 과거 STX그룹 시절 계열사 지원에 동원됐던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합니다.

3.
팬오션에 대한 우려는 하림그룹이 NS쇼핑을 그룹 자금줄로 활용하며 망가뜨렸던 흑역사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시행사였던 파이시티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허가 뇌물비리 등에 휘말려 파산하고, '14년 부지가 경매 매물로 나왔습니다. '16년 하림그룹이 이 땅을 4500억원에 낙찰받았는데, 그 대금을 모두 NS홈쇼핑이 짊어졌습니다. NS쇼핑이 100% 자회사로 설립한 하림산업이 부지 매입 주체가 되었고, 하림산업이 실시하는 4500억원 유상증자를 단독주주였던 NS쇼핑이 책임진 겁니다.

NS쇼핑은 이 때문에 1800억원 회사채를 찍어야 했죠(500억, 500억, 800억 3개 트렌치). 사채발행자금, 차입금, 자체자금 등 내외부 자금을 다 긁어모아 4500억원을 하림산업에 투입하는 바람에 NS쇼핑은 이후 이자부담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지급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에도 이름을 올려야했죠. 하림그룹은 하림산업에다 하림식품을 흡수합병시켰습니다. 그리고 식품사업을 확장할 때도 NS홈쇼핑은 막대한 자금 지원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7000억원 이상 자금이 계열사 지원에 투입되는동안 NS쇼핑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실적은 악화하였습니다. 주가도 하락일로를 걸었죠.

NS쇼핑의 '17년 영업이익은 800억원이었는데 '19년 287억원까지 떨어졌고, '21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손실(83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2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NS쇼핑 영업이익 추이 단위 억원

구분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1Q
영업이익

789
800
611
287
293
(83)
(28)
당기순이익

503
551
345
(75)
64
(357)
(89)

NS쇼핑이 짊어졌던 하림산업의 '21년 재무제표를 한번 볼까요?

하림산업 손익계산서 단위:원


2021
매출액

21,679,355,523
매출원가

59,646,881,599
매출총손실

(37,967,526,076)
판매비와 관리비

20,883,322,787
영업손실

(58,850,848,863)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두 배 이상 더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매출총이익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손실(380억)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판관비까지 가세하여 영업손실은 589억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현금흐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업현금흐름은 계속 마이너스죠. 재무활동(차입 또는 증자)으로 투자자금을 마련해 왔는데 여기에 NS쇼핑같은 상장 계열사가 동원됐던 겁니다.

하림산업 '21년 현금흐름표 단위:원
영업활동현금흐름

(57,215,620,372)
(28,875,524,082)
투자활현금흐름

(57,390,666,059)
(119,992,889,306)
재무활동현금흐름

96,551,182,371
169,649,636,559


4.
'21년 말부터 양재동 부지개발이 진척될 조짐을 보이자 하림그룹은 부지 소유자인 하림산업을 NS쇼핑 자회사에서 하림지주 자회사로 전환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갑니다.

우선 하림지주와 NS쇼핑간 주식 포괄적 교환을 단행합니다. NS쇼핑 일반주주(지분 38%)들은 하림지주가 발행하는 신주와 주식교환을 해야하는 거죠. 하림지주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NS쇼핑 지분이 68%입니다. 나머지 일반주주의 주식교환으로 NS쇼핑은 하림지주의 100%완전자회사가 되면서 상장폐지되었습니다.

NS쇼핑을 100% 자회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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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S쇼핑은 현재 인적분할 진행중입니다. 투자회사(NS지주)와 홈쇼핑회사(NS쇼핑)으로 회사를 쪼갭니다. 분할이 끝나면 하림지주는 투자회사 지분 100%, 홈쇼핑회사 지분 100%를 가집니다. 하림산업은 투자회사 밑으로 갑니다(아래 왼쪽 그림)
그리고 나서 투자회사를 하림지주가 흡수합병합니다. 투자회사는 하림지주에 흡수되어 소멸됩니다. 따라서 하림산업은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가 되겠죠(아래 오른쪽 그림). 아울러 하림지주는 홈쇼핑회사(NS쇼핑)을 역시 100% 지배하게 됩니다.

하림산업을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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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말해 양재동 개발사업 주도권이 하림지주로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NS쇼핑은 온갖 자금을 다 대고 정작 개발 본격화 단계에서는 하림지주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거죠. 양재동 개발사업이 NS쇼핑 차원에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므로 하림그룹 차원에서 넘겨받았다고 설명하겠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양재동 사업과 식품사업 확장때문에 건실했던 상장사 NS쇼핑의 주주가치는 심하게 훼손되었습니다. NS쇼핑은 상장사에서 비상장사로 전환되었습니다. 하림지주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주식포괄적 교환으로 NS쇼핑 주주들이 하림지주 주식을 받았기 때문에 양재동 개발사업이 잘 진행되면 기존 NS쇼핑 주주들도 수혜를 입는다고 설명하겠죠. 그런데 그 주식교환비율은 NS쇼핑 기업가치가 크게 추락한 상황에서 정해진 것입니다. 그룹의 자금줄 노릇을 한 것이 NS쇼핑 기업가치 하락, 주주가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팬오션을 지켜보는 일각의 우려는 바로 이러한 NS쇼핑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