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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재판의 최대 코미디, 별도합의서

  • Issue Commentary
  • 2022-09-23 09:33
  • (코리아모니터 김수헌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증언하고 있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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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와 한앤컴퍼니 간 주식양도 이행 소송 1심에서 한앤컴퍼니가 승소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유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 발표를 하였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죠. 여론의 뭇매는 물론 정부의 행정조치가 뒤따랐던 겁니다. 과거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적 물의가 재차 부각되며 불매운동에 불이 붙자,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일가 지분 53%를 한앤컴퍼니가 만든 사모펀드에 3107억원에 넘기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몇달 만에 돌연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한앤컴퍼니측이 매매계약 이행의 선행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그 조건이란 남양유업 외식사업부인 백미당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주주 일가에 대해 예우해 주기로 확약했다는 겁니다.

또한 김앤장 변호사들이 계약 과정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이른바 불법적 '쌍방대리'를 하면서 계약을 부당하게 이끌었다고도 주장했죠.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홍 회장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면합의서의 존재였습니다. 지난 6월7일 재판에서 홍 회장측은 난데없이 '주식매매계약서 별도합의서'라는 문건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죠. 말하자면 주식매매계약(SPA) 외에 문서화 된 이면합의서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날 증인으로는 홍 회장을 한앤컴퍼니측에 연결해 주면서 매각자문 역할을 한 함춘승씨가 출석하였습니다. 홍 회장 소송 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는 함씨를 심문하던 중 별도합의서라는 문건을 공개하였습니다. 그 문건에는 홍 회장 가족에 대한 예우와 남양유업 재매각시 우선협상권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서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죠. 합의서라고 하는데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측의 서명이 없었습니다.

홍 회장은 계속하여 백미당(남양유업 내 외식사업부)은 분사하여 매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약속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정작 이 합의서라는 것에는 백미당 관련 내용이 없었습니다. 또한 뜬금없이 남양유업을 추후 한앤컴퍼니가 재매각할 때 우선협상권을 부여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재매각 우선협상권은 홍 회장측이 선행조건으로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던 것이죠. 속칭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였습니다.

아울러, 이 문건이 진실하고 중요한 것이라면 왜 본재판 전 3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는 제출하지 않았을까요. 홍 회장측은 가처분에서 세번 내리 패했습니다.

너무나 이상했던 별도합의서의 작성경위가 이번 1심 재판과 판결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합의서를 만든 사람은 남양유업 A팀장입니다. 그는 지난해 5월27일 홍 회장이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썼다고 재판에서 증언하였습니다.

이 합의서에 기재된 ‘남양유업 재매각시 우선협상권 부여’라는 표현에 대해 A팀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회장님이 언젠가는 이 회사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씀하시길래 저는 쌍방간에 이에 대해 합의된 걸로 생각하고 포함시킨 것입니다.”

참으로, 코미디 같은 일이죠.

재판부는 “별도합의서는 홍 회장의 일방적인 내심의 요구사항을 받아적은 것이거나 A팀장이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잘못 받아적은 것으로서, 어느모로 보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별도합의서는 홍 회장의 구술대로 A팀장이 정리하여 만든 문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양측의 서명이 있을 리가 없죠. 한앤컴피니측이 "별도합의서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