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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춘주공 PF 어떻게 유동화 하였나

  • Issue Commentary
  • 2022-10-31 15:22
  • (코리아모니터 김수헌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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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23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게서 ‘17년부터 빌린 사업비 즉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은 7000억 가량이었습니다. 시공단 4사(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사업개발)가 지급보증을 섰죠.

‘22년 8월말 만기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조합은 상환할 돈이 없었습니다. 진작 일반분양을 하여 조합으로 분양대금을 유입시켰어야 했는데, 분양가를 올려보겠다고 일반분양을 계속 미루고 있었죠. 이 때문에 시공단도 2년동안 기성 공사비를 한 푼도 못받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 때문에 공사는 넉달째 중단상태에 빠졌죠.

시공단이 공사를 포기한 판에 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해 줄 리 없었습니다. 결국 지급보증을 선 시공단은 대위변제를 한 뒤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였죠. 이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은 정말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시공단과 조합은 사업비 대출 만기를 보름여 앞두고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였습니다. 공사재개에 합의한 거죠. 그리고 대주단에 만기연장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대주단은 연장불가 방침을 통보합니다.

이 시점에서 시공단은 조합에게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전자단기사채(STB)를 발행하여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비를 상환하라는 거죠. 시공단은 지급 연대보증을 서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조합은 돈이 없고, 시공단도 자금부담이 있으니 일단 자본시장 조달자금으로 상환하고 보자는 겁니다.

현대건설의 예를 들어 간략하게 구조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조합은 BNK투자증권이 설립한 자산유동화 회사 ‘비앤케이썸제삼차 주식회사’로부터 1956억을 대출받기로 합니다. 비앤케이썸제삼차는 페이퍼컴퍼니이므로 돈이 없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빌려줘야 합니다. 조합에 대한 대출약정에는 현대건설의 연대보증이 붙어있습니다. 이렇게 보증까지 붙어 확정된 대출약정은 사실상 대출채권으로 간주해도 됩니다. (아직 대출이 나간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비앤케이썸제삼차는 신용도가 높은 1군 건설사의 연대보증이 붙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만기 두달짜리 전단채 투자자들을 모집합니다. 전단채 투자자들에 대한 원리금 상환은 대출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활용하는 거죠.

이 때 대출채권은 '유동화자산' 또는 '기초자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출채권이라는 자산을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ABSTB(자산담보부 전단채)는 '유동화증권'이라고 합니다.

둔촌조합 사업비 1차 PF 유동화(현대건설 보증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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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롯데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도 둔촌조합이 PF 유동화 방식으로 ABSTB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섭니다.
ABSTB는 모두가 발행일은 '22년 8월23일, 만기일은 10월28일입니다.

조합 사업비 1차 PF 유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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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기일에 조합은 상환능력이 될까요?

조합이 4개 유동화회사에 대출원금(이자는 발행시점 선급)을 갚고,유동화회사가 ABSTB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 두달만에 가능할까요?

만기시점에 조합에 그만한 자금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기에 차환발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공단의 보증하에 다시 유동화증권 자금을 조달하여 앞서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상환하는구조가 되는 거죠.

이러한 차환발행에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연대보증을 선 건설사가 상환할 수 밖에 없죠.

이런 불안이 10월28일 만기시점이 다가오면서 현실화되었습니다. 이른바 강원도 레고랜드발 신용경색으로 PF 차환발행이 어렵게 된 겁니다.

그래서 10월20일 이후 매체들이 둔촌조합 차환발행 실패 기사들을 쏟아낸 겁니다. 둔촌주공 뿐 아니라 전국의 PF 사업장 중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죠. 정부가 나섰습니다. 이미 발표된 내용대로 채권안정펀드 자금, 국책은행과 증권금융 자금 등이 시장안정조치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극적으로 둔촌주공 PF 역시 만기하루 전 차환발행에 성공합니다.

채안펀드 자금 일부와 시중은행권이 새로 발행될 ABSTB의 투자자로 나선 겁니다.

이번에는 KB증권이 둔촌조합과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3사의 PF유동화 주관사를 맡습니다. HDC현산의 경우 한투증권이 다시 주관을 맡습니다.

다시 현대건설의 예를 보겠습니다.
주관사 KB증권은 이번에는 '스타인클라우드 주식회사'라는 유동화회사를 세웁니다. 스타인클라우드가 차주인 둔촌조합에 대출해주는 돈은 2005억입니다. 8월보다 금액이 증가하였습니다. 역시 현대건설이 연대보증을 섭니다. 스타인클라우드는 대출채권을 유동화자산으로 하여 ABSTB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채안펀드와 은행권 자금이 들어오죠.

차환발행 자금은 스타인클라우드를 거쳐 둔촌조합으로, 다시 비앤케이썸제삼차를 거쳐 투자자로 넘어갑니다.

차환발행 및 상환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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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도 '오메가트러스트 주식회사'라는 유동화회사를 만듭니다. 롯데건설과 HDC현산은 기존 유동화회사인 '제이부르크제이차'와 '위드지엠제십차'를 그대로 활용합니다.

8월 ABSTB 발행금리는 4% 안팎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10월 발행물은 현대건설이 7%대, 나머지는 12%대라고 합니다. 그 사이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많이올랐습니다. PF 유동화 과정에서는 주관 증권사가 유동화증권 매입약정을 하기도 합니다. 건설사는 유동화 자산에 대한 보증을, 증권사는 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을 서는 것이죠. 둔춘주공 PF에는 주관사 매입약정 보증은 없습니다.

한편 많은 매체들이 HDC현산은 내부자금계획에 따라 이번 차환발행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죠. 사실이 아닙니다. 차환발행에 참여하지 않으면 조합을 대신하여 8월 발행한 ABSTB 자금을 갚아줘야 합니다. HDC현산이 무슨 돈이 남아돈다고 그렇게 할까요?

현대건설 등 세 곳은 KB증권을 주관사로 하여 차환하였고, HDC현산은 한투증권을 주관사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전화 한통이면 확인가능한 것을 40여개 매체가 똑같이 오보를 날리는 상황은 참 답답하네요.